스위치가 켜졌다.


휴일 오후.
집에서 멍하게 있는 것도 비생산적이기에, 나는 집에서 나와 산보하기로 했다.
후타바시 근교의 어촌에 있는 메이든 사의 실장제품공장 기계기사로 근무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서류업무가 많아서 몸이 둔해지는 눈치다.




실장업계 여명기에는, 식용이나 섬유용 실장석의 자동해체기나 독라 제조기 등을 개발했었지만, 세월에는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으면 마누라한테 잔소리를 듣게 되기 때문에 도망 나온 것도 있지만,
실제로도 배가 나오고 있어서 이걸 계기로 산보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다짐한 것이다.

제법 빠른 걸음으로 후타바시 역 쪽으로 걸어 갔다.
오늘은 휴일인만큼, 낮 동안 가족동반으로 놀러 온 사람들이 많다.
...... 최근에는, 가족끼리 어디 간 적이 없구만.
대학을 졸업하고 동경에서 취직한 장남은 차치하더라도 아직 집에 있는 딸도 최근에는 냉정하고.
반항기 처럼 대들거나 시비조는 아니지만, 뭔가 소원해진 느낌이다.

[다음번에, 가족여행이라도 가볼까...]

나는 비상금의 잔고를 생각하면서, 햇볕이 내리쬐어도 으슬으슬한 초겨울의 오후를 산보하며 보내고 있었다.


[데스- 데스-!]

[테치-]

한 손에 단팥죽캔을 들고 멍하게 걷고 있는 내 앞을, 녹색의 소인이 막아 섰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직장에서 실컷 보고 있는 실장석이다. 50 센치 급이니까 아마 1 년은 살았을 것이다.
이녀석이 엎드려서 손에 들고 내밀고 있는 것은 12 센치 정도의 자실장이었다.
추위로 덜덜 떨면서도, 어미의 손에 의해 내 쪽으로 내밀어져서 뺨에 손을 대고 아첨하고 있었다.
눈빛이 더럽고, 아첨할 때 내는 소리도 특유의 비열함이 묻어나는 꼴을 보아하니 분충인 듯하다.
그리고 겨울철에 이런 낙제점인 놈을 살려두는 걸로 보건데, 친실장도 대가리가 나쁜 분충 종류임에 틀림없다.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실장석의 쌍판떼기는 기본적으로 무표정에 가깝지만 직업상 오래 다뤄오다 보니, 놈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되었었다.

[...하아]

모처럼 사람이 휴일을 즐기고 있을 때에 거지같은 짓을 해주는구만.
대체로, 겨울이 되어서 가을에 낳은 새끼를 미끼로 인간에게 들러붙을 속셈일 것이다.
아마, 모친실장의 머리속에서는 새끼를 받아들인 인간의 집에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해서,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생활을 즐기며 겨울을 보내는 멋진 플랜이라도 전개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 공장에서도 이 시기가 되면,
대량의 들실장이 공장 앞에 쳐들어와서는 겨울을 넘기기 위해 출입하는 인간에게 아첨하거나 한다.

참고로, 성공률은 0 %.
2 할은 경비원이나 종업원의 발차기에,
5 할은 공장 주위를 순회하는 경비실창석반의 가위에,
3 할은 업자나 공장의 자동차 타이어에 숨통이 끊어진다.
원래부터, 실장석을 착취해서 먹고 사는 장소에 보호를 요구하다니 무슨 생각인 건지.
한번, 침입을 시도한 실장석을 몇 마리인가 잡아서, 링갈로 심문해 본 적이 있다.
어째서, 하필이면 여기로 온 거냐고.
가위에 사지가 잘려나간 실장석들의 말로는
[여기에는 동족이 잔뜩 있는 기척이 나는데다가, 맛있어 보이는 냄새가 나니까 천국임에 틀림없다] 라고 모양이다.
그 이후, 방취대책을 취하고, 방음대책도 강화했다.
그러나, 그런 대응책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놈들은 질리지도 않고 온다.
어느 놈이나 마찬가지로 근거 없는 희망을 안고서.
그러나 지옥행이다.


[데스데스, 데슷]

[테츄-웅♪]

내 눈 앞에서 아첨하고 있는 친자도, 공장에 쳐들어 오는 실장석과 마찬가지겠지.
얄팍하고 일방적인 소망을 안고서 인간에게 다가와 불유쾌한 아첨을 해대다가,
거절당하고서는 지멋대로 열받아 똥을 던진 끝에 살해당한다.
기특하게도 엎드려 빌고 있는 이 어미도, 내가 이 새끼를 필요 없다고 하면, 즉시 화내며 욕하다가 똥을 던지겠지.

결론, 실장석의 삼류연극에 맞춰 줄 필요는 없다.

그래서, 훼이크를 걸어서 물리쳐 주도록 하자.
산보를 위해서 나름대로 복장에 신경을 썼다.
더러운 똥이나 혈액으로 더럽히고 싶지는 않다.
실장석의 피가 묻은 옷 따위, 세탁소에서도 정중하게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고 말이지.

[어-이]

친자에게 말을 걸어, 어미가 머리를 드는 것에 맞추어 손에 든 단팥죽캔을 좌우로 흔들어 보여준다.
찰랑찰랑 하고 소리를 내는 캔을 보고서, 친실장의 눈이 번뜩하고 빛을 낸다.
좋았어, 캔에 제대로 정신이 팔렸다. 그 다음은, 간단하다.

흔들, 흔들 캔을 쥔 손을 좌우로 크게 흔든다.
친실장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려대면서, 달달한 냄새를 풍기는 캔을 든 내 손의 움직임에 맞추는 듯이 시선을 고정한 채로 얼굴과 몸을 흔든다.
친실장이 움직이기에 자실장도 같이 흔들흔들 흔들리고 있지만, 새끼 쪽도 눈을 번뜩이며 입에서 타액을 질질 흘리고 있다.
정말로 단순한 놈들이다. 똑똑한 척하며 인간의 관심을 사려고 해도, 이렇게 조금 흔들어보면 곧장 본성을 드러낸다.
뭐, 그 덕분에 저 멀리 보내는 것도 편한 거지만.
사실은, 걷어차서 근처의 도랑으로 쳐박는 게 제일 편하지만.
신발코가 더러워지는 게 싫었다.

[호이]

단판죽캔을 엉뚱한 방향으로 던져 버렸다.

[데데, 데에-스우우우!!]

[테테, 테챠아아아아아!?...지베에!]

단팥죽캔의 궤도를 쫓아서 맹렬하게 대시를 시작한 친실장.
친실장으로부터 던져져서, 몇 초간 공중유영을 즐긴 후 머리부터 착지하여 마무리한 자실장의 목소리가 하모니로 들렸다.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이 이상 얽히면 별로 좋을 게 없다는 건, 설사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알 정도로 명백했기 때문이다.
업무 이외에는 실장석과 연관되고 싶지 않다. 그것이 내 본심이었다.

[데스우-!]

[데스아아!]

[데벳]

[데갸아아!!]

적당히 떨어진 후, 뒤돌아 보았다.
친실장과 들실장 몇 마리가, 단팥죽캔을 두고 피튀기는 약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바로 앞에서는, 마라실장 한 마리가 빨딱 세운 거시기에 자실장의 사체를 꿰어놓고는, 그 손발을 잡아 뜯어서 먹고 있었다.

[......... 정말로]

기분 좋게 산보하고 있었는데, 실장석이 등장한 덕분에 기분 잡쳤다.
역 앞의 책방에라도 가서 기분전환이라도 하자.
뒤에서 들리는 비명이나 절규를 한쪽 귀로 흘리며, 나는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다시 한번 돌아보자, 마라실장까지 쟁탈전에 난입하여, 이미 독라가 되어버린 녀석도 있었다.

독라... 움찔하는 느낌이 왔다.
느낌이 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서 다리를 빨리하여 그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곤란하구만...]

역 앞의 좁은 길에서, 나는 곤란해하고 있었다.

[이 분충놈들이, 잘도 내 점심인 스페셜 티 이베리코 돼지고기 생강 구이 정식 도시락을!]

[데갸아아!!]

[테삐이이이]

[테갸-]

왠일인지, 길 한복판에서 분노에 미쳐 날뛰는 청년이 성체실장을 걷어차고 있었다.
옆에는 빵콘상태의 자실장 2 마리가 다리가 풀려서 겁에 질려 있다....... 엇, 1 마리는 어미를 가리키며 비웃고 있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비닐봉투에는 녹색 똥으로 범벅이 된 도시락과, 도시락 위에서 상반신과 하반신이 반대를 향하도록 비틀어진 빈사상태의 자실장.

[내 도시락을, 내 도시락을, 일주일에 한번뿐인 만찬으으으으으을!!]

말할 필요도 없이, [탁아] 당한 모양이다.
비닐이 부스럭부스럭 움직이길래 들여다 봤더니, 이미 먹어 치워져 텅 빈 도시락과 똥을 지리며 아첨하고 있는 자실장을 보고 얼이 빠진 청년.
뒤쫓아온 친실장과 같이 데려온 새끼가 착각하고 자신도 데리고 가라고 아첨을 하다가, 청년이 열받아서 학대쇼 시작... 대충 이런 거겟지.
아니, 몇번이나 같은 상황을 보면 알수 있다. 조금 차이는 있어도, 녀석들이 하는 짓에 의해 벌어지는 이벤트따위 이미 패턴화되어 있으니까.

[그렇지만, 곤란하게 됐는걸...]

젊은이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한다.
실장석이 학대당하는 것도 별로 문제될 것 없다.
그러나 길을 막고 있는 것은 문제다.
하필이면, 젊은이가 실장을 학대하고 있는 길이 좁아서, 내가 지나가려면 지근거리를 가로질러 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똥이나 핏방울이 튀겠지.
머리에 피가 꺼꾸로 솟은 청년한테 괜히 트집잡히거나, 실장석들에게 도움을 요청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이런하고 한숨을 쉬고 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돌아서 가도록 하자]

온 길을 되돌아가는 도중, 나는 잠깐 뒤돌아 보았다.
제제를 위해서인지, 친실장을 거칠게 독라로 만들고 있는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독라... 움찔하는 느낌이 왔다.

거의 달리다시피하여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 갔다.


그 뒤, 역 앞에 가려고 할 때마다 실장석과 인간의 트러블을 마주쳐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어째서인지 목적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은 건 기분탓일까?
하아,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할 걸 그랬다.
그나저나, 독라인가... 최근에는 별로 보지 못했구나.
기계 시제품을 만들 무렵에는, 자신의 손이나 시제품 기계의 부품으로 몇천 몇만을 독라도 벗겼었는데.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털이 빠지는지, 놈들의 몸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어떤 바리깡이 좋은지, 열을 가하는 것이 좋은지, 그런 것만을 생각했었다.
잔업하면서 목숨을 구걸하는 실장석을 자비도 관용도 없이 독라로 만들 무렵인가.
그 때는 나도 마누라도 젊었었지...
아이들도 아직 어렸었다.
개발부 데스크 업무로 바뀌었지만, 간만에 생산라인 쪽을 보러 가볼까.
....응, 뭐지?


[누가 좀 도와주세요! 우리 아기가, 아기가 실장석한테!]

[웃, 이거 큰일났네!]

성체실장 몇마리가 들쳐메고 옮기고 있는 아기를 보고는, 과연 나도 뛰쳐나갈 수 밖에 없었다.
라고할까, 이런 짓까지 저지르는 건가 이 거리의 실장석 놈들은!
근처에 떨어져 있는 각목을 들고, 발발대며 달리는 실장석놈들의 뒤를 쫓았다.



...
......
.........

이상하게 나쁜 쪽으로 머리가 발달한 실장석들이었다.
나나 애 엄마의 키로는 지나가기 힘든 장소만 골라서 도망다니는 통에, 실장석의 발은 꽤나 느린데도 불구하고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함께 추적하고 있던 애 엄마와도 떨어져 버리고, 나 혼자서 간간히 차폐물을 이용하며 달아나는 실장석을 쫓고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중앙공원인가, 꺼림직한 곳으로 도망왔구만.]

후타바시 중앙공원.
악명 높은 실장공원이며, 시민에게 있어서 휴식장소가 아닌 금기의 땅.
흘러넘칠 정도로 번식한 실장석과, 빠루를 들고 날뛰는 학대파밖에 없는 장소다.

[엄청 많구만. 이래서야 어떤 놈이 아기를 데려갔는지 알 수가 없겠는데]

그것도 그렇다. 실장석은 거의 판에 박은 듯이 생김새가 똑같다.
아기를 납치한 놈들도, 더러운 것 빼고는 일반적인 성체실장석과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다.
아기를 숨긴 후라면, 내 앞을 지나가도 분간할 수 없을 것이다.

[젠장, 이제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나...?]

초조해하면서 위를 바라보니 중앙공원 상공에 실장등이 잔뜩 날고 있었다.
실장등 2 마리와 다수의 실장등이 2 패로 나누어, 교대로 지상을 향해서 급강하를 반복하며, 지상에 있는 실장석에게 뭔가 하고 있는 모양이다.

[... 어이쿠, 느긋하게 관찰 같은 걸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식욕의 화신인 실장석 무리 속에 아기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유아가 실장석에게 잡아 먹힌 사건이 과거에 몇 건인가 있었다.
서두르지 않으면 늦어버린다!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어, 110 번을 누르려한 그 때.

[건실하신 분이 이런 장소에 오시다니 무슨 이유가 있으신가?]

[우왓!?]

갑자기,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려서 나는 놀라고 말았다.
뒤돌아 보니, 거기에 있는 것은 삿갓을 쓴 일본 약식차림의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긴 머리를 뒤로 기른 미장부. 삿갓에 감추어진 가늘고 긴 눈은, 날카로웠다.
어느 사이에 뒤로 다가온 걸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저, 아기를 납치한 실장석이 여기로 도망치길래, 쫓아온 겁니다.]

[호호, 과연. 그거 곤란하게 되셨군. 그래서, 혹시 그게 이 놈들인건 아니신가?]

남자가 천천히 손가락을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것은,

[......데- 데-]

[데-]

제각각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허무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실장석 몇 마리와.

[새근- 새근-]

벤치 위에서 일본 겉옷에 싸여 있는 아기가 맘 편하게 자고 있었다.

[아...]

그러나, 내 의식은 가장 중요할 터인 아기는 거의 신경쓰고 있지 않았다.
아까부터 그렇게나 열심히 찾고 있었는데, 걱정했었는데, 지금은 의식이 다른 곳으로 향해버렸다.

[아아... 어찌 저렇게 아름다울까]

[호오, 알아보시겠소?]

[예에, 알고 말고요. 내가 전자동 실장 박리기를 개발했을 때의 컨셉이 이렇게나 모여 있다니...!!]

내 망막과 의식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은, 독라가 된 실장석들이었다.
모근까지터 뽑혀나간 두피, 옷도 실오라기 하나 남아 있지 않다.
그야말로 태어났을 때의 모습. 이것이 들실장이 아니라면, 금방이라도 식육용 해체장치나 실장푸드 프로세서에 집어 넣어도 좋을 정도였다.
센서로 하는 검사나, 송풍, 세정도 없이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어떻게?

나는 그 독라를 관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기 엄마가 쫓아 온 것도, 아기를 되찾은 모친이 감사의 인사를 했을 때도 건성으로 대답했을 뿐이었다.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흐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대답하도록 하지요]

[이걸... 이 실장석을 벗겨낸 건, 당신입니까?]

휘잉 하고 바람이 나와 삿갓 남자 사이를 지나간다.
실장석들의 주위에 흩어져있는 털이나 옷의 조각이 흩날리자, 정신을 차린 독라들이 울면서 그것을 쫓아 간다.

[그렇소 내가 했소. 이]

스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미간 바로 앞에 일본도 칼끝이 내밀어져 있었다.
나 정도로는 인식할 수 없을 정도의 움직임으로 남자는 어디에선가 꺼낸 일본도를 뽑아서 내게 들이댄 것이다.
공포는 없었다. 오히려 정체를 알 수 없는 활홀함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뭘까 이 감각은?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참실검으로 말이오. 저 독라는 내 애도(愛刀)와 내 기량으로 만들어낸 지고의 독라]

[지고의... 독라]

[그말 그대로. 놈들 내가 큰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인식시켜줄 때까지 눈치 못챘었지]

남자는 유쾌하게 껄껄 웃고는 칼을 칼집에 넣었다.
그리고 문득 진지한 얼굴을 하더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내 기술을 그냥 [대단해] 라고 하던가 [신기해]라고 하는 놈들은 수 없이 많지만...
 한 번 보고 여기까지 꿰뚫어볼 줄이야, 제법 이름이 알려진 학대파인가?]

[아, 아닙니다. 저는 학대파 따위가 아닙니다!]

[그런가, 그대로부터 엄청날 정도의 녹색벌레 놈들의 소리없는 비명이 들리는데...]

[비, 비명이라니... 확실히 저는 실장공장의 기사로 실장가공용 기계를 개발했었지만]

[그것만은 아닐텐데. 기계따위가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직접 녹색벌레 놈들을 괴롭힌 적이 있을 터?]

덜컹 하고 내 심장이 울리는 동시에, 삿갓 아래 가려진 입이 히죽 하고 일그러졌다.

[과연, 정곡을 찔렀나. 그것도 상당한 수를 해치운 모양인데]

[예...예. 저는 기계의 시제품을 만들 때 실장석을 독라로 만들었습니다.
 몇천 몇만이나. 어떻게 하면 저걸 깔끔하게 독라로 만들 수 있을까. 그것만을 위해서]

[그런가... 그러나, 그건뿐만은 아니었을텐데?]

또다시 덜컹하고 심장이 떨렸다.
삿갓 아래의 혜안이 나를 꿰뚫었다.

[즐거웠었지? 녹색 벌레를 독라로 벗기는 것이]

[우웃!]

[무참하게 울부짖고, 목숨을 구걸하고, 아첨을 하고, 스스로의 추함도 돌아보지 않은채 유혹하려고 하는 놈들을,
 옷과 털을 벗겨내어 절망의 밑바닥으로 쳐박는 일이]

[아, 아아아...]

삿갓 남자는 나를 폭로해간다.
잔업까지 해가며 장치의 개발을 서둘렀던 것은 뭘 위해?
회사를 위해선가, 가족을 위해선가, 급료를 위해선가?

[자각하지 못했다면 자각하고, 망설임을 버리게. 그대의 얼굴에, 답이 나와 있다네]

[!!!]

삿갓 남자가 거울로 비추어 보여준 모습.
거기에는 나와 삿갓 남자의 주위에 몰려든 실장석. 그리고,

[아아아아, 아아아...!]

황홀, 그 한 마디로 표현 가능한 내 얼굴이 있었다.
나는, 그 개발시기에, 이런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매일밤 매일밤, 이런 얼굴을 하고서 실장석을 벗겨 나갔던 것일까.
실장석은 이런 내 얼굴을 보고, 절망에 찬 소리를 지른 것일까.

그런가. 지금이라면 알 수 있다.
동기 기술자가 [최근, 피곤하지 않나?] [내가, 작업 교대해줄 테니까 좀 쉬라고] 하고 한참동안 말을 걸었던 것도.
여러 명이서 실장석을 기계로 벗겨갈 때에, 내 쪽에 있는 실장석만이 이상하게 겁에 질려 있던 것도.

전부, 전부 이 얼굴 탓이었던 것이다.
이, 즐겁고도 즐거워서 어쩔 수 없어하는, 그런 웃음 탓이었던 것이다.

[깨달은 모양이구만]

[...예, 깨달았습니다. 전부, 깨달았습니다!]

[알면 됐네. 그대의 숨겨진 소망은, 지금, 드러났다... 그러면, 그 다음은 알겠지?]

[그 다음?]

영문을 모르겠어서 삿갓 남자에게 되물으니, 남자는 활짝 웃어 보였다.
전부 깨달은 듯한, 그런 부드러운 웃음을 띄운 채.

[마음이 가리키는 대로, 혼이 원하는 대로, 마음 전부를 담아서 하늘을 향해 외치게. 그걸로 충분하다네]

[외치면... 외치면 되는 겁니까!?]

[그렇지, 그 다음은 한 소리 외치는 것만으로도 좋네. 그러면, 자네는 우리의 동지가 될 것이네]

아아, 어찌된 일인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뱃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그것]을 억누를 수가 없다.
[그것]은 명확한 형태를 이루어, 나를 [해방]하기 위한 키워드를 내 머리속에 투영하고, 언어화한다.
그 다음은, 언어화한 [그것]을 하늘을 향해 풀어 놓을 뿐!

몸을 한껏 뒤로 젖히고, 나는 마음 가는대로 절규했다.

[햣ㅅㅅㅅ하아------------------!!]




나를 누르고 있던 갑갑한 느낌이 사라지고 눈이 번쩍 트였다.
몸의 구석구석까지 의식이 뻗어 나간다. 40 세를 넘어 운동부족으로 완전히 중년스타일이 된 사지에 힘이 넘친다.
거시기가 힘껏 솟구친다. 마치 마누라를 매일밤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던 때처럼 용솟음친다.
나는 느끼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모른 채로, 나를 둘러싸고 우둔하게도 아첨하고 있는 실장석들.
아니, 이제 더 이상 실장석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녀석들에게 딱 맞게 어울리는 이름이 있지 않은가.

그래, 분충,
똥밖에 생산하지 못하니까 분충.
그야말로, 녀석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듯한 이름이다. 아아, 정말 잘 어울린다.

분충 놈들의 기척, 개수, 숨소리, 그리고 어째서인지 말하고 있는 내용까지 확실히 알 수 있다.
녀석들이 무슨 소릴 하는 지는 굳이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녀석도 저녀석도 비슷한 소리 밖에 하지 못하는 멍청이들이기 때문이다.
멍청이. 그래 멍청이다. 단지 똥을 싸제끼고 쓰레기를 뒤지고 불쾌한 소리로 울며 존재할 뿐인, 거리를 오염시키는 살아있는 멍청이다.

그리고 그 멍청이는 주제도 모르고 건방진 태도로 내게 물건을 요구하고 있다.
찌그러진 만두 같은, 얼간이 같은 쌍판을 하고 주제를 모르고 공물을 내놓으라던가, 키우라던가, 주둥이에서 똥이나 다름없는 소리의 나열을 싸제끼고 있다.
아아, 한탄스럽다. 멍청이가 태양 아래에서, 당당하게 활동하다니.
분충이, 사람 눈에 띄이다니.
분충이, 거리를 걷다니.
분충이, 꾀죄죄하게도 옷을 입다니.
분충이, 건방지게도 털을 기르다니.

[절대로, 절.대.로.용.서.하.지.않.겠.다]

오감이 극한까지 활성화되고, 내 몸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로 움직인다.
마침 날아온 녹색 똥을, 간발의 차이로 회피. 회피한 똥은, 맞은편에 있던 동족의 얼굴에 맞았다.
딱 좋지 않은가. 똥투성이가 되면, 그 썩어빠진 쌍판도 조금은 볼만한 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쪽을 보지 않고도, 어떤 분충이 똥을 던졌는지 알 수 있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있었다.
인간님에게 똥을 던지다니. 훈육이 안되어 있는 벌레다.
벌레에게는 벌레로서 어울리는 모습이 있다.
그런, 허세와 의태와 기만에 지나지 않는 꼴불견을 어찌 해소해 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자기 주제라고 하는 것을 제대로 자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감사해라.

두건을 벗긴다. 두건을 찢는다.
앞머리털을 뽑는다.
뒷머리털을 뽑는다.
턱받이를 벗긴다. 턱받이를 찢는다.
옷을 벗긴다. 옷을 찢는다.
빤쓰를 벗긴다. 빤쓰를 찢는다.
신을 벗긴다. 신을 찢느다.

빠르고, 경쾌하게.
반응조차 허용치 않고, 반격도 허용치 않는다.

몇초 안걸려서 작업완료.
아니 왠지 개발시대보다 빨라졌는걸.
찢은 옷과 뽑은 털은 분충 주위에 악센트를 주기 위해 흩뿌려 주었다.

좋아, 이걸로 좋다.
분충은,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독라가 역시 어울린다.
심플 이즈 베스트. 마음에 들었을까나.

[데, 데데데?]

분충은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고 있다.
자신의 주위에 흩어져 있는 옷이나 털의 잔해를 봐도,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내 움직임을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라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나는 분충이라도 친절함을 아낄 생각은 없다.
단정한 차림새를 위해 갖고 다니는 콤팩트를 꺼내어, 거울부분을 분충에게 보여준다.

[데에...... 데-프프픗!!]

아아, 웃고 있다. 자신의 모습이라는 걸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다.
나는 친절하니까, 분충의 돼지귀를 가볍게 꼬집어 주었다.

[데갸아아! ...아?]

고통에 날뛰는 자신과 거울 속의 분충의 움직임이 연동된 것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눈치챈 모양이다.
눈을 크게 뜨고 와들와들 경련한 후, 피눈물을 흘리며 입에서 거품을 뿜고 발광해서 날뛰기 시작해 버렸다.
잘됐네. 마음에 들어하는 모양이다. 그렇게나 기뻐해주다니 정말로 기쁘다.

[데프프프, 데-프프!]

[치프프픗]

[데뺘-뺫뺫뺘!]

독라도 이미지 체인지한 분충에게, 칭찬의 말을 들이 붓는 분충들.
정말 멋진 동족사랑이다. 돌멩이나 똥까지 던져대고 있다.
어떠냐, 그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여, 단순한 분충에서 비참한 분충으로 진화를 마친 것이다.
부러워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 부러워한다는 것은 슬픈 일.
그렇지. 겨우 한 마리뿐이라는 것도 불공평하네.
행복이라는 것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동료와 나누는 것이다.
어차피 하는 거라면...

[데프프프, 데-프프 ......데?]

[치프프픗 치퍄퍄퍄 ......테에?]

[데뺘-뺫뺫뺘! ......뺘?]

너희들도,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줄까?
응, 그러자꾸나. 조금만 가만히 있으면 된단다.

[데힛, 데, 데갸아아아아아아!!]

[텟치이이이이이이이!?]

[히갸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


[허허, 정말로 멋지구려. 멋신 솜씨요. 소인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소]

[하하, 아니 거참 부끄럽습니다. 나이값도 못하고 들떠버렸습니다.]

삿갓의 칭찬을 들은 내 주위에는, 독라 수십 마리가 있었다.
성체벌레도 있고, 새끼벌레도 있다. 엄지벌레에 안긴 구더기벌레도 있다.
이놈도 저놈도, 내가 전부 벗겨 주었다.

평소의 오만함과 추악함이 빠져나간 것처럼, 분충놈들은 [데- 데-] [테- 테-] 하고 기쁜 듯이 울어대고 있다.
그렇다, 이걸로 된거다. 이것이, 이녀석들에게 어울리는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이건 어떻게 된 일인지. 이정도까지 몸이 움직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그대의 학대사로서의 자질이라는 것이오. 자, 갑시다. 그대가 따라야 할 곳으로. 우리들이 있어야 할 장소로]

[... 어디로 가는 겁니까?]


삿갓의 말에, 일부러 심술궂게 반문한다.
이젠,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디에 가야할 터인지.
거기에서 무엇을 이루어야 할 터인지.
나의 마음은 이미 초조함에 타버릴 것 같았다.

빨리, 빨리 가르쳐 주시오.

[정해져 있지 않겠소, 분충놈들의 둥지를 잿더미로 만들기 위해서, 자아, 원탁으로!!]

[자아, 원탁으로!!]

그 다음엔, 쏜살같이 달려갔다.
머리 속에서 스파크가 튀고 있다. 상쾌할 정도로, 몸도 마음도 가볍다.
오로지 진행방향에 있는 분충놈들을 닥치는 대로 독라도 벗겨가며, 달리고 달리고 달린다.
도중에 있던 골판지 하우스를 쥐고, 전방으로 던진다.
천장이 고정되지 않았었는지, 쑥하고 친자 3 마리가 튀어나왔다.

[데?]

[레]

[테]

식사중이었던 친자실장이 공중에서 양눈을 꿈뻑이는 사이에, 재빠르게 벗겨간다.
달리며 스쳐가는 내 귀에, 뒤에서 독라친자가 뭉개지는 소리와 비명이 동시에 들렸다.
아아, 좋구나. 이 감촉. 멍청이의 반응.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엑스터시다.

환희의 포효를 지르며 원탁의 바깥에서, 내측 - 대분수 에어리어에 돌입한다.

[데스-?]

[테후테후]

[테치-?]

내 망막에 비추는 것은, 대분수 주위에 펼쳐지는 해충의 무리.

[자아, 전희는 끝났다...]

꼴불견인 똥같은 분충 무리가 산더미처럼 있다.
팔이 떨고 있다. 얼른 하고 싶다. 자아, 학대는 이제부터다. 즐거움은 이제부터다.
HURRY-!! HURRY-HURRY-!! HURRY-HURRY-HURRY-!!!

[나의, 나의 진짜배기는 이제부터다!!]

자, 빨리, 빨리 그녀들 전부를 이미지 체인지해주지 않으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기쁘다, 기쁘다, 너무 기쁘다.
감개무량한 나는, 지금 다시한번 큰 소리로 목청이 터져라 큰소리로 외친다.

[햣ㅅㅅㅅ하아------------------!!]



[오, 신입 기합이 좋은걸. 질 수 없지 햣ㅅㅅㅅ하아------------------!!]

[저 아저씨를 따르자 햣하-------------------!]

[아저씨한테만 폼잡게 할 수 없지 햣하아----------------!]

몇 명의 동지들과 함께 분수광장에 돌격하는 내 귀에, 분충놈들의 환영의 합창이 들렸다...




fin







[아키코, 너 어째서 이런 장소에!]

[어, 아버지야말로 어째서 이런데 있는 거야!?]

완전히 실장석 학대에 빠져버린 나.
휴일의 산보를 겸하여 원탁에 가서 실장석을 마구잡이로 벗기고 있자니 딸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에 소원해졌던 딸이 어째서인지, 빠루를 한손에 들고 서투른 손놀림으로 자실장을 독라로 벗겨가고 있었다.
아니, 저래서야 독라라고 하기보다 실장석판 인체모형 만들기구만.
취가가 세공인 것 치고는  꽤나 서툰 솜씨다.

[하하, 서툴구나. 봐라, 이렇게 하면 깔끔하게 벗겨진단다]

[테지이이이잇이이]

[우와- 깔끔하게 쏙 하고 벗겨지네. 아버지 대단해-]

평소에는 쌀쌀맞던 딸의 존경어린 눈빛이 기분 좋다.
딸과의 고랑도 메우고, 학대를 통해서 가족의 단람한이 돌아온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다음은, 이렇게 머리털을 한 줄기 남겨 놓고 까불대도록 한 다음에 마지막으로 뽑으면,
 이게 또 절망감이 넘치는 얼굴표정을 짓게 된단다. 재미있으니까 해보렴]

[아, 정말. 아버지, 앞으로도 재미있는 거 좀더 가르쳐 주셈♪]

[아아, 다음번엔 엄마도 불러서 모두 같이 놀자꾸나♪]

[데갸아아아아!!]


역시, 실장학대는 좋구나♪




이번에야말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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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햣하~!


 '페트병' 으로 이어짐

댓글 9개:

  1. 실장석으로 삶의 의미와 가족간의 화목을 되찾다니 훈훈한 애호물인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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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익스트림 햣~!하모드 데스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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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도시락 잃은 청년 너무 안타까운 데스. 독라행으로만 끝나다니 너무 처벌이 관대한거 같은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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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이말년식 기승전병 좋은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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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피로와 의무감에 찌들었던 가장이 활력과 가족까지 되찾는 훈훈한 휴먼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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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아기 납치하는 스크는 사회적으로 존나 큰 이슈돼서 실장석 도시에서 박멸시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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